◆ 잠 못 이루는 밤의 심연에서 기도문 전문
이 밤, 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 몸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함을 초조해 합니다
깊은 잠의 나락을 위하여
저는 어떤 대가도 치르렵니다.
길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은 밤입니다
일각이 여삼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가 더욱 밀려옵니다.
지치고
불안에 싸입니다
잠들 수 있다면, 어떤 값이라도 치르렵니다.
그러나 이때
문득 저는 깨닫습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란 없을진대
잠들지 못하는 이 밤에도 어떤 의미가 잇으리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제 삶의 매순간이 당신의 현존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이 긴 밤의 매순간들도 당신 것이옵니다.
저는 깨닫습니다
의미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시간이란 공허일 뿐이라는 것을.
무엇이든
손아귀에 움켜잡지 않으면 안달을 하는
잠을 맘대로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잠들지 못함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 하는 저입니다.
하느님,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 끝없는 불면의 밤이 있는 연유들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제 몸과 마음의 온갖 비밀들을.
저는 이것에서 달아나지 않으렵니다
제 자신에 대하여
저의 삶에 대하여
무의미하게 보이는 시간들에 대하여
더 배우기를 갈망합니다.
이 시간들 속에서도
당신의 사랑이 저를 기다리심을 아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결코 멀리 달음질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늘밤 제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제 몸의 느낌들을 통하여
저의 불면을 통하여
저의 하얗게 지새는 밤을 통하여
당신이 제게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저의 마음을 열어
고통의 침상에 누운 사람들을 보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늦은 밤까지 고된 노동에
파김치가 되어 일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제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며
근심에 싸인 밤을 보내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라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과 그들을 위해 제 마음의 창을 열으렵니다
당신의 현돈 안에 머무는 법을 배우렵니다
당신 연민 안에
숙면이든 불면이든 받아들이렵니다.
저의 밤과 낮을 당신께 드리렵니다
당신이 사랑하시는 세상을
당신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은총을 주십시오.
깨어 있거나, 잠들거나
저를 당신 사랑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당신의 지헤와 사랑의 계획들이
제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갈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