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현실이신 그리스도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톨릭을 처음 접하게 된다. 모두에게 그렇듯 첫 순간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충만해있고 모든 것이 새롭다. 신부님은 완벽한 모습의 인간이고, 주님은 내가 힘들 때 무엇이든 해결해 줄 분이고, 공동체의 사람들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선한 사람들이리라.
시간이 갈 수록 새로움을 바라던 우리의 기대는 바래진다. 나는 천주교인이다 라는 수식어만 덧붙혀진채로 바뀌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신부님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였고, 주님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손을 뻗치지 않았고, 공동체의 사람들은 심성이 더 꼬여있었다.
이런 일들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재발한다.
“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교를 가지게 됨으로써 생기는 나의 환상, 즉 동화속의 예수님과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 현실의 괴리가 우리를 시련에 처하게 한다. 사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과거에 나의 모습으로 현재의 나를 극복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과거의 종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종살이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주님은 우리를 광야로 초대하신다. 우리는 이 과정을 시련이나 고통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이 것은 광야로의 초대이다. 과거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약속된 땅으로 가는 여정. 이 여정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처럼 칭얼대고 불평불만을 쏟아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약속된 땅으로 가는 여정에서 현실이신 그리스도를 마주할 것이다.
동화속의 예수님이 나의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종살이 하던 옛날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그리워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간사한 마음이 든다 하더라도 광야에서 함께 약속된 땅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다시 보일 것이다. 신부님, 예수님, 공동체의 사람들.
현실이신 그리스도와 함께하기 위해 과거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광야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